제 1 장 전례란 무엇인가?
1) 어 원
전례란 말은 희랍어의 λειτουργια(Leitourgia) 에서 유래하며 그 본래의 뜻은 민중에 대한 봉사를 의미하였다. 또 가난한 사람에 대한 교회의 구제사업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였다.(2고린 9,12) 그런데 민중에 대한 봉사나 가난한 사람에 대한 교회의 구제사업은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에페 5, 30)에서 공동적으로 행해졌기 때문에 훗날에는 교회의 공적인 의식이 전례라는 말로 굳어지게 되었다.
2) 전례의 형성과 뜻
그리스도인은 초대교회 때부터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주님의 날(묵시 1,10 ; 사도 20,7)에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 단 두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다.”(마태 18, 20)고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말씀과 같이, 하나로 모임으로써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고 있음을 서로 체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체험에는 먼저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다시 생각하고 기념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으나 삼일 만에 부활하시어 지금도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하였다. 이를 위하여 그리스도의 생애나 사적들을 기록해 놓았으며 그 결과 복음서가 탄생하였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모임에는 성서를 봉독하게 되었고 빵을 나누고 기도를 하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온 교회의 의식인 전례라는 것이다.
전례란 교회가 성서나 성전에 의거하여 정식으로 공인한 의식으로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하시는 그리스도(1디모 2,5)의 사제직을 계속 수행하는 교회가 그리스도와 함께 드리는 공적예배이다. 따라서 전례가 의미하는 것은 사제이신 그리스도께서 교회 안에서 활동하실 때 우리는 그분과 함께, 그분을 통하여, 그분 안에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공경하며, 세상에 구원의 은혜를 가져오는 것이며 인간의 영혼을 초자연적 생명과 거룩함으로 올려주시는 것이다.
3) 전례의 목적
전례의 목적은 우리의 영혼과 그리스도를 묶고 하느님의 구속을 통해 당신 안서 가장 거룩하신 성삼께 존경과 영광을 드리는 것이다. (교황 비오 12세)
4) 전례의 종류
교회는 전례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이어 나간다. 전례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희생제사인 미사와, 우리를 초자연적 생명에 참여케 하는 성사와, 교회가 매일 드리는 성무일도로 이루어진다.
(1) 미 사 : 그 리스도는 당신의 인류구원 사업을 완수하시기 위하여 교회 안에 특히 전례 안에 항상 현존하신다. 그리스도는 미사성제, 특히 성체 안에 더 나아가 사제의 인격 안에도 현존하신다. 즉 십자가상에서 당신 자신을 제헌하신 바로 그분께서 지금도 사제의 봉사를 통하여 제사를 봉헌하고 계시는 것이다. (미사경본 총 지침, 7항)
(2) 성 사 : 교회가 주 그리스도께서 세우시고 교회에 맡기신 은총을 주는 거룩한 표지이고 수단인 성사들을 집행할 때 그리스도는 그 성사 안에 능력으로써 현존하신다. 따라서 성사 집행자를 통하여 그리스도 친히 성사를 베푸시는 것이다.(전례헌장, 7항)
(3) 성무일도 : 그 리스도는 당신 말씀 안에도 현존하신다. 교회에서 성서를 읽을 때 말씀하시는 분은 그리스도 자신이요,(미사경본 총 지침, 9항) 교회가 기도할 때에도 그리스도는 거기 현존하신다. 이 전례는 우리의 신앙을 감각할 수 있는 표징으로 드러내는 교회의 완전한 공식 흠숭이다. 그러므로 모든 전례의식은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교회의 행위이기 때문에 가장 거룩한 행위이며, 그 효과도 다른 어떤 행위보다 뛰어난 것이다.
5) 전례와 신심행위
전례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전례와 신심행사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1) 전례(Liturgia) : “거 룩한 전례는 교회의 머리이신 우리 구세주께서 천상 성부께 드리시는 공적인 경신예배인 동시에 또한 교회가 그의 창시자와 그를 통하여 영원하신 성부께 드리는 공적예배이다.” (회칙, 하느님의 중재자) 따라서 전례는 예수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신자들을 그의 지체로 하는 그리스도 신비체의 완전한 공적경배이다.
(2) 전례가 되기 위한 4가지 조건
①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공동체가 공적으로 행해야 한다.
② 그리스도의 이름이나 교회의 이름으로 성부께 드리는 예배이어야 한다.
③ 교회의 권위로부터 합법적으로 위임받은 사람 (성직자)이 전례를 거행하여야 한다.
④ 교황청으로부터 인준된 전례서를 가지고 해야 한다.
이상의 네 조건을 구비하지 않은 예배는 신심행위(Pia Exercitia) 가 된다.
(3) 신심행위(Pia Exercitia) : 전 례의 네 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거행되는 단체적 경배행위를 신심행위라고 한다. 이러한 신심행위를 교회 권위로부터 임명된 성직자가 있던 없던 간에 관계없이 거행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심행위는 신자들이 전례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준다.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 기도회 등은 여러 신자들이 함께 기도하지만 전례가 아니라 신심행위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심단체나 신심행위의 내용과 기도도 교구장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6) 전례의 능동적 참여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 왜냐하면 사도직 활동의 목적이 신앙과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 모든 이가 한데 모여, 교회 한가운데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희생 제사에 참여하고, 주님의 만찬을 받아먹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전례헌장, 10항)
그러므로 “신자들은 천상은총을 풍부히 받도록 올바른 마음의 자세로 전례에 참여해야 하며, 사목자들은 신자들이 잘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하도록 적절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전례 중에 봉독되는 성서와 강론은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말씀과 그 해설로서 전례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므로 말씀의 봉사자들은 그리스도와 같은 마음의 자세로, 모든 이가 올바로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말씀을 선포하여야 하며, 신자들은 존경심을 가지고 귀담아 들어야 한다.”(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 40-41조)
7) 전례주년
가톨릭교회에서는 세상의 달력 외에 교회 고유의 달력이 있다. 예수께서 인류를 구원하신 그 영광과 감사의 역사를 1주년을 주기로 새롭게 기념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만들어진 달력을 전례력(축일표)이라고 한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구원신비 전체를 구세사의 순서대로 나누고 거듭 되풀이하여 기념하는 것이다. 즉 약속된 구세주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시기부터 교회의 새해가 시작되는데 그리스도의 탄생에서 수난, 부활과 승천까지의 일생을 거쳐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해 우리 안에 친히 살아 활동하시는 시기로 이어지고 이러한 고유한 특성을 지닌 시기 외에 예수님의 공생활의 모습을 주로 묵상하는 연중시기와 연중의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끝으로 전례력이 완성된다.
특히 대축일 가운데 대축일인 예수 부활 대축일을 중심으로 연중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펼쳐 나가는데 우리 신앙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주간마다 주님의 날(주일)이라 부르는 일요일에 기념하는 것과 뿐만 아니라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를 각별한 사랑으로 공경하고 순교자들과 성인 성녀들을 기념함으로써 신자들의 신심을 돕는 것이다.